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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신년 목표를 세우다 지치는가

by 스파커 2026. 1. 16.

— 의지가 아니라 환경과 인정의 문제

신년이 되어도 마음이 잘 움직이지 않는 이유

신년이 시작될 때마다 의미 있는 의식(ritual)을 하고 싶지만, 의미를 세우기도 전에 한 달이 지나버린다. 어쩌면 신년이 시작될 때만이 아니라, 일 년 내내 했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목표를 세우고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은 신년 목표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있다. 최근 한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말했다.

“신년이 된다고 해서 별다르지 않아요. 그냥 일상이죠.”

나 역시 그렇다. 보신각종에 환호하지도 않고, 첫 해를 맞이하러 동해안에 가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의미를 느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 자신이 개선될 수 있는 자극을 여전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의지는 선택권이 있을 때 가장 많이 소모된다

나는 스스로를 다그쳐야만 가능한 목표들을 여전히 원한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다. 다그침이 없어도 과정을 수행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변하기 위해서는 의지가 필요한데, 의지는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의지가 필요 없는 상태, 즉 선택권이 없는 환경이 더 편하다.

선택권이 사라질 때, 행동은 바뀐다

12시간 비행기 안에서는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멀쩡하다. 군대에 입대하면 정해진 시간 외에는 휴대폰을 볼 수 없다. 직장인은 별다른 고민 없이 새벽에 일어난다.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부에서 강제된 환경에서는 인간이 큰 의지력 없이도 행동을 바꾼다.

공동체를 위해 바뀌는 삶, 그런데 나는 어디에 있나

문제는 이런 변화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동체, 즉 남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비행기 안에서의 금연은 나의 건강을 위함이 아니고, 군대의 체력훈련은 멋진 몸매를 위함이 아니다. 출근을 위한 새벽 기상 역시 상쾌한 아침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다. 공공선을 위한 강제다.

공동체에 기여하는 삶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24시간이 이것으로만 채워질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공허해진다.


나를 위한 선택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직장에 가지 않더라도 새벽에 일어나 조깅하고, 의무가 아니더라도 운동하고, 스스로 금연하고, 즐거움을 위해 외국어를 공부하고, 월급이 아니라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하는 것.

이런 것들은 모두 ‘나를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사회는 이것을 강제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행복은 개인이 챙겨야 할 일로 남겨둔다.

개인 목표에 최적화되지 않은 환경

환경의 기본값(default)은 개인적인 목표를 추구하기에 불리하다. 쉬는 날엔 늦잠을 자게 되고, 퇴근 후엔 지쳐 있고, 중요한 개인 프로젝트는 늘 뒤로 밀린다.


환경을 찾는 사람, 그리고 목표를 세우지 않는 사람

그래서 사람들은 두 부류가 된다.
하나는 스스로를 밀어붙일 환경을 찾는 사람,
다른 하나는 더 이상 자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목표를 세우지 않는 사람.

나는 오랫동안 첫 번째 사람이었다. 환경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고, 장소를 바꾸며 나를 강제해왔다. 동시에 신년이라는 시간적 변화에도 기대를 걸어왔다.

 목표를 세우는 의식이 피로해진 순간

그러나 이제 나는 두 번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며 성취도 많아졌지만 실패도 쌓였다. 성공은 자연스럽게 지나가고, 실패는 더 크게 인식된다.

매년 새로운 다이어리를 준비하며 목표를 세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의식 자체가 피로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나를 거의 칭찬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충분히 나 자신에게 엄격했다. 이루어낸 것에 대해서는 칭찬하지 않았고, 실패에는 자책을 더했다.

사실 감사할 일은 많았다. 나를 일찍 일어나게 한 직장도, 나를 운동하게 만든 환경도, 나를 성장하게 만든 강제성도 모두 여기까지 오게 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너무 쉽게 당연해졌다.

성취했지만 축하받지 못한 사람들

한 20대 후반의 클라이언트를 보며 그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가 이룬 성취는 그의 세계에서는 대단한 것이었지만, 사회적으로는 너무 평범해서 아무도 칭찬하지 않았다.

인정받지 못한 성취와 반복된 실패는 사람을 빠르게 지치게 만든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심리적 조건

그래서 이제는 다르게 하려 한다. 실패를 상쇄할 만큼의 인정과 감사를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나의 실패보다 성공이 많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실패가 두려워 말하지 못했던 욕망을 다시 생각해낼 수 있는 심리적 조건을, 이제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