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심리학은 매력적인 분야죠. 그리고 상담을 한다면 직업인으로서 전문성과 동시에 평생 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까지 통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삶의 모든 측면이 결국 사람에 의한 것, 사람의 심리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심리학은 참 쓸모 있는 학문입니다. 하지만 자격을 따는 과정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자격을 취득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취업이 아닌 상담소를 개업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상담심리사 2급을 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이 글에서는 석사 대학원 2.5년 졸업과 동시에 자격을 취득했던 여정을 한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심리상담사 자격 vs. 면허
업계에서, 그리고 알만한 클라이언트 들(내담자들) 은 한국심리학회 산하 상담심리학회에서 발급하는 상담심리사 1급, 2급 자격과 상담학회의 전문상담사 자격 정도만이 믿을 수 있는 수준의 전문적인 상담을 보장함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국가 면허가 없습니다. 나라에서 공인하는 자격은 (면허가 아닙니다) 청소년 상담사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신건강서비스 면에서는 비선진국이기 때문에 OECD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상담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없지요. 그러니 국가 면허도 없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은 국가의 지원 없이 오롯이 본인의 관심과 사명, 자기실현의 목적으로 상담을 공부하고 거의 실비가격에 서비스를 합니다.
최면치료사 자격
그 전에 나는 최면을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학교 공부에 집중 못하는 딸아이가 최면치료를 받고 많이 좋아진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 당시가 2000년대 중반이었는데, 한 회기당 12만 원 정도 했습니다. 상당히 비쌌죠. 하지만 투자하는 시간 대비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상담받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그 직업이 정말 매력적으로 보였고,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최면심리학 코스가 있어서 등록을 했습니다. 6주 코스였는데, 그 코스를 마치고 시험과 인터뷰를 마치면 초급 최면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코스였죠. 게다가 무료였습니다. 다만 미국 LA에 소재한 Hypnosis Motivation Institute (HMI)라는 최면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영어로 진행되는 코스였기 때문에 진입 장벽은 있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무료 초급 코스를 마친 후 고민을 했습니다. 유료 고급코스를 등록할 것인지 말 것인지요. 그만큼 초급 코스에서 받은 감명은 컸습니다. 유료 고급코스는 오프라인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나라가 넓은 미국에서는 이 코스를 온라인으로도 오픈해 두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나처럼 외국인도 많이 등록했고요. 그 오프라인 코스는 6개월간 코스웤을 마치고, 그 이후로부터 그 학교로 내방하는 클라이언트를 맞아 인턴생활을 하며 슈퍼비전을 받아 일정 시간을 수련시간을 채우면 임상최면사 자격을 주는 코스였습니다. 나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LA로 날아갈 수도 없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약 4000불의 수강료를 내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온라인으로 듣는 학생들에게는 수강 기간이 18개월까지 허용됐습니다. 심리학 공부 배경이 없는 나로서는 모든 수업이 주옥같았고, 하나하나 받아 적어 워드파일화 해 가면서 들었습니다. 게다가 영어공부까지 되는 효과까지 누렸지요. 그러다 보니 허용된 18개월을 꽉꽉 눌러서 겨우 졸업했습니다. 그 학교에서 받는 내담자를 맡아 인턴으로 수련해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클라이언트를 받아서 그쪽 슈퍼바이저에게 슈퍼비전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일일이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를 영어로 번역해서 슈퍼비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죠. 나는 한국에서 슈퍼비전을 받을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 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내가 유일했습니다.
한국의 최면심리사 vs. ....
한국에서 최면심리사는 상담심리사보다 돈을 많이 법니다. 안 그런 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사기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지요. 딸아이를 치료했던 그분 또한 심리학 공부를 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아이는 좋아졌지만, 그건 어쩌다 다행인 케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미국 HMI에서 제공된 교육 수준은 매우 높았습니다. 뇌신경 과학에 근거한 심리학, 철학적 배경, 그리고 논문을 비판하는 방법까지 세밀하게 교육합니다. 그리고 심리학이나 정신건강학을 전공한 분들에게 보수교육으로 제공될 정도였으니 당연히 수준이 높았겠지요. 하지만 처음으로 공부해서 최면심리상담사로 일할 사람들을 교육하기도 합니다.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이들의 교육과 수련으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도 되는 이유는 공중보건시스템 내에 심리서비스가 이미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설계된 심리건강 사회망 속에 최면심리서비스가 기여할 영역이 분명히 정의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도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영역에서 전문가로서 대접받으며 자리 잡을 수 있었을 겁니다.
왜 상담심리사들은 돈을 못 버나
우리나라에서 최면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 중에는 정규 심리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하지 않은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박사까지 열심히 공부한 심리사들, 권위 있는 심리학회에서 인정하는 자격을 가진 이분들의 밥벌이는 이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낮습니다. 그렇게 십수 년간 공부하고 감정노동으로 내담자를 대해도, 일하는 보람과 열정, 삶의 의미 이외에 받는 금전적 보상은 너무 낮은 편이죠. 물론 배우자가 돈을 많이 번다든지 이미 부가 축적되어 있어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저렴한 시간당 페이로 전문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기 효능감을 느끼면서 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상담사도 그냥 직업인일 뿐 압니다. 제공하는 만큼의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들 상담사들이 가지는 사명감과 개인적인 효능감에 의지한 국민 정신건강은 그만큼 위태롭다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뭘 하는 걸까요. 이제까지 이들이 어렵사리 붙들어 준 정신건강에 이 사회가 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치인들은 이들 상담사들이 사명감으로 유지시켜주고 있는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부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제대로 대학원을 다녀 심리학을 전공하고 상담이나 임상심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보다, 난립하는 한 달짜리 온라인코스 상담사 자격증을 액자에 걸어두고 마케팅을 하여 심리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돈을 많이 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사업으로 접근합니다. 서비스 제공이나 봉사의 보람을 따지는 선비 정신을 가진 상담사와는 다르죠. 이들은 마케팅과 경영 효율을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심리학 특히 임상과 상담심리사 교육과정은 마케팅 측면에 비중을 둔 공부를 할만큼 여유가 없는것 같습니다. 아예 학문 자체가 그런 측면에 전혀 접점이 없고, 심지어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습니다. 의학종류도 마찬가지죠. 공부와 수련 강도가 상당히 깊습니다. 그렇지만 의학계만 봐도 그 과정을 끝내고 나면 나라가 보장한 면허와 보험등의 보건 시스템에서 보호받으며 기본 이상의 수입을 보장받으며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이 보상받습니다. 그렇지만 심리학회 상담사 트랙은 수련하는데 시간과 노력뿐 아니라 돈이 듭니다. 기형적인 구조죠. 아무도 지원하지 않기때문입니다. 권위있는 심리학회 자격을 따기위해 수천만원의 자비 수련비를 감당하고 자격을 땁니다. 그리고 시간당 몇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그것도 30~70% 내외의 수수료를 떼고 상담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나라가 지원하지않는 상담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내담자들이 많기때문에 비용을 감당할수 있는 정도의 재무상황이 되는 내담자만 적절 비용을 낼수있습니다. 그만큼 상담사들의 수입은 적어질수밖에 없습니다. 고참 심리사들 중 수퍼바이저 자격이 있는 분들은 신참심리사나 수련생들의 교육비용이 큰 수입원일겁니다. 내담자를 통해 얻는 수입이 본연의 진정한 보상이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한 내담자들이 아무리 많다한들 어차피 그들도 일주일에 한번 상담받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분들한테만 몰리죠. 수퍼바이저 자격이 없는 상담사는 아무리 높은 수입을 번다해도 한계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계속 수퍼바이저 자격까지 갖추기위해 또다시 수퍼바이저에게 교육비용을 내야하고, 그럼에도 이 시장의 현금흐름엔 한계가 있기에 이들은 다시 후배 수련생과 심리사들에게 교육비용을 받아 보상받습니다. 그들안에서의 자본이동이라고나 할까요.
젊었던 나는 이 두 측면을 모두 보고 있었습니다. 세속적인 나 자신이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것은 순전히 지적 허영심에,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며 평생직장을 가지고 또 사람들을 돕는 보람까지 함께 느껴보겠다는 욕심의 발로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돈을 못 버는 직업일 줄은 몰랐습니다.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심리학자들의 고급진 모습은 그들이 건강보험시스템의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았지요. 하고 싶은 심리학 공부, 갖고 싶은 심리학자의 직업, 그리고 사업적으로도 성공적인 접근, 이 어려운 것을 해내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나는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HMI처럼 제대로 된 기관을 만들고 거기에서 상담하고 사업하고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심리학 전공을 해야 하고, 최소한 심리학회 교부 자격증도 받아야 하고, 또 마케팅도 잘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프레임의 심리학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개미지옥으로 입성했습니다. 심리학대학원에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속성으로 2급 자격을 딸 수 있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공부하는데 가장 돈이 많이 들면서 동시에 가장 돈을 못 버는, ROI 가 가장 낮은 직업군인 상담사도 이렇게 성공할 수 있구나를 증명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2013년이었습니다. 그리고 2년 후 2015년 가을까지 꼭 필요한 자격 2개 취득에 성공했습니다. 아마 가장 시간 및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다음 글에서 상담심리업계에서 꼭 따야 한다고 여겨지는 상담심리사 2급, 임상심리사 2급에 대해서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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