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하게 잘 되던 그날의 나, 어디 갔을까.
나는 가끔 그런 날을 떠올린다. 머리가 유난히 맑고, 말이 막히지 않고, 결정이 빠르면서도 조급하지 않던 날. 집중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기준이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상태. 그날의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유능했고, 조금 더 부드러웠고, 무엇보다도 더 ‘나다웠다’. 이상한 건, 그날이 지나가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이런 날을 이렇게 정리한다. 그날 참 컨디션 좋았지. 왠지 기분이 될 것 같더라고. 그런 날이 많지는 않았으니 우연히 잘 맞아떨어진 하루였을 뿐이라고. 그리고 그 후에는 조금 더 자신감이 살짝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설명이 늘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한 번도 아니고, 인생에서 몇 번은 분명히 그런 상태를 살아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뀐다. 그날의 나는 정말 예외였을까. 아니면 오히려,
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정상적인 상태’에 가까웠던 건 아닐까.
Apex Self
이 지점에서 내가 붙잡게 된 개념이 Apex Self다. Apex Self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미래의 이상형이 아니다. 이미 한 번, 혹은 몇 번이라도 살아본 적 있는 최상의 나다운 상태다.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내 판단을 스스로 신뢰할 수 있고, 관계에서도 필요 이상으로 흔들리지 않으며, 집중과 여유가 동시에 존재하던 순간. Apex Self는 상상이 아니라 기억에 더 가깝다. 다만 그 기억을 우리는 늘 “그때는 운이 좋았지”라는 말로 접어두었을 뿐이다.
Apex Best Possible Self
보통 Best Possible Self, 그러니까 ‘가장 잘 살아낸 미래의 나’를 떠올리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지점을 상상한다. 연봉이 더 높고, 몸은 더 건강하고, 감정은 더 안정된 상태. 그래서 Best Possible Self는 늘 미래에만 있다. 언젠가 도달해야 할 목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Apex BPS는 그 방향이 조금 다르다. Best Possible Self를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내 안에 내재된 Apex Self를 호출해서 그 궤적을 미래까지 이어 붙이는 개념에 가깝다.
Apex BPS는 Best Possible Self 중에서도 정점에 가까운 상태다. 중요한 건 이게 단순한 ‘목표 설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 안에 이미 존재했던 Apex Self와, 앞으로 도달하고 싶은 미래의 Apex 상태를 동시에 몸에 장착시키는 과정에 가깝다. 과거의 한순간이었던 Apex를 불러오고, 그 상태가 자연스럽게 연장되어 미래의 Best Possible Self로 이어지도록 궤적을 그린다. 그래서 Apex BPS는 계획이라기보다 정렬에 가깝다. 시간 속에 흩어져 있던 나의 정점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맞추는 일이다.

이걸 나는 종종 ‘빙의’에 가깝다고 느낀다. 새로운 내가 되는 게 아니라, 이미 있었던 나를 다시 몸 안으로 들이는 감각. 그날의 나, 그러니까 Apex Self가 어떤 리듬으로 움직였는지를 몸이 기억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Apex BPS는 의지나 각오로 밀어붙이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힘을 빼고 신호를 맞추는 쪽에 가깝다. 내가 언제 가장 선명했는지, 어떤 상태에서 판단이 흐려졌는지, 어떤 리듬일 때 ‘내가 아닌 나’가 되었는지를 차분히 되짚는 작업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미래를 미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Apex BPS는 다음의 질문으로 작동한다.
“언젠가 그렇게 살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이미 경험한 그 상태를 오늘 얼마나 불러올 수 있는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Apex 상태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그 체감이 쌓이면서 미래의 Best Possible Self는 자연스럽게 현재 안으로 끌려온다.
그래서 Apex BPS는 삶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약속보다 훨씬 작고 구체적인 변화로 나타난다. 중요한 날을 운에 맡기지 않게 되고, 늘 무너지는 시간대를 성격이 아니라 리듬의 문제로 보기 시작한다. 가끔 반짝이는 하루 대신, 요즘은 비교적 나답다는 감각이 일상에 더 자주 깔린다. 미래의 나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나, Apex BPS 가 이미 경험한 것을 온 몸으로 기억하는 정점의 감각을 기준으로 오늘을 조정한다.
Apex Self는 상상이 아니라 경험이고, Apex BPS는 그 경험을 확대해서 미래의 기억과 경험까지 몸에 들이는 방식이다. 이미 한 번 살아본 나를 다시 불러오고, 그 나를 기준 삼아 미래로 이어지는 궤적을 그리는 것. 그리고 그 궤적의 미래 기억을 재생시키는 것이다.
이 시도는 누군가를 바꾸기 위한 방법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자기 안에 있었던 가장 선명한 상태를 끝까지 밀어붙여보려는 기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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