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원인은 안락지대를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곳으로 나왔기에 두려워지는 것이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성공하면 다시 안전한 상태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그 상황이 오면 당황치 않고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인간은 반복적으로 불안을 정복해왔고,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올랐습니다. 우리는 그 후예입니다.
1. 생존의 위협- 불안과 우울의 진화
불안과 우울은 아주 흔하게 나타납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불안과 우울은 우리의 기본 생존 전략입니다. 우리가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는 생존에 어떤 위협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원시 조상이 현대 인류에게 물려준 진화적 특성 중 하나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생존 방법을 모색하라"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류의 진화 역사 중 가장 처음에 나타났다고 알려진 구인류(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약 300만년 전부터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듭된 진화를 거쳐서 호모 에렉투스-->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사피엔스로 이어진 새로운 인류 들이 출현했고, 이들은 서로 경쟁하여 살아남거나 아니면 도태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잘 적응해내서 살아남은 것이 바로 지금 지구상에 살아남은 우리들, 바로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우리 원시인류조상은 수백만년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생존의 비결을 호모 사피엔스에게만 집약해서 남겨주었습니다. 그 생존비결이 바로 지금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피에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별다르게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오감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달리기를 잘한다거나 힘이 세지도 않아 남의 밥이 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죠. 몸에는 털도 별로 없어서 추울 때는 얼어죽기에 딱 좋았습니다. 눈 앞에 좀 큰 동물이 나타나면 도망갈 건지 때려 잡아 먹을 건지 빨리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도망갈 수도 없고 때려잡을 수도 없으면 없는 척, 죽은 척해야 했습니다. 인간은 수백만년동안 먹느냐, 먹히느냐 이 두가지 이외는 다른 관심사가 없는 세월을 보냈던 것 같고, 먹히지 않는 전략만이 가장 의미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원시 인간은 진화해왔지만, 다른 동물도 진화하고, 지구의 환경도 변하니 예전의 생존전략은 얼마 안가서 더 이상 먹히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새로운 생존방법을 찾아내야 했지만 모든 전략에 있어서 공통된 원칙 하나는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하느냐, 취하지 않고 죽은듯이 있느냐 그 둘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2. 먹이사슬 탈출 사건: 불안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
별다른 신체적 강점이 없는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눈치 싸움하며 열심히 뇌를 썼고, 그러다보니 뇌가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것이죠. 그 결과 인류는 먹이사슬에서 벗어나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굶어 죽을 걱정에서 벗어났습니다. 먹잇감 신세로부터 탈출한 겁니다. 이제 인간은 어디서 먹을걸 구하지? 어떻게 안 먹히지? 이런 근심 걱정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 졌습니다. 인간의 안락지대는 남의 고기가 될 수도 있다는 위협을 벗어난 삶으로 확장됬습니다. 이젠 긴장 좀 풀어내도 충분히 괜챦습니다. 그렇지만 수백만년동안의 버릇이 금방 안 없어집니다. 인간의 몸에 이미 디폴트 프로그램처럼 진화적으로 장착되어버린 후였죠. 먹이사슬 탈출 사건은 수백 만년 동안의 전통적인 생존전략을 바꾸기에는 너무 잠깐 전에 생긴 일이라서요.
이 생존전략은 나중에 생리학자들에 의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활동으로 설명되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불안"과 "우울"로 불렀습니다(그림1). 진화적으로도, 불안과 우울은 단순한 감정반응이 아니라 생존법이었습니다. 적이 나타나면 우리는 논리적인 판단을 하기도 했겠지만, 몸의 반응은 온 몸에서 순식간에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아주 빨라야 했습니다. 그 순간, 결국 ”가만히 있으면 안되, 뭔가를 해야 해!” 라는 신호가 떨어진 것인데, 그 판단과 신호는 원시뇌와 척수신경이 합니다. 그 중에서도 교감신경계는 빠른 반응을 만듭니다. 필요한 것은 몸에 각인되서 자동으로 프그래밍 된 반응이지, 전두엽 피질에서 정교하게 계산해낸 논리적 행동이 아닙니다. 그럴 만큼 한가하지도 않으니 생각많은 전두엽 활성은 차단됩니다. 치솟은 아드레날린으로 심장을 빠르게 뛰고 온 몸에 피가 마구 돕니다. 근육은 혈액이 급하게 가져다 준 산소와 포도당으로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언제든 출발할 태세를 갖춥니다. 하지만 움직이는 것이 위험하면 부교감신경계가 나섭니다. 진정하라고 말이지요. 지금 경거망동하며 나댈 때가 아니라는 경고를 온몸에 전달합니다. 심장박동과 호흡이 느려지고, 결국 지치고 기력이 없는 느낌이 납니다. 이 때 몸 안쪽, 위와 장 쪽으로 에너지를 비축하기 시작합니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쓸데없이 근육을 쓰지 않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죠. 죽은 척, 아무도 없는 척 하며 더 이상 뭘 할 수가 없을 때에는 가만히 있던 조상님들만이 후예를 남길 수 있었을 겁니다. 불확실한 상태에서 계속 죽은척 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을 겁니다. 결국 이것을 우울 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바깥에 호랑이랑 곰들이 득실거리고 있을때 동굴에서 나온 조상들은 모두 죽었고 그들은 후손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동굴에서 숨죽이고 있었던 조상님들의 후예이고, 이런 우울의 느낌을 생존전략이라는 유산으로써 물려받았습니다.
불안과 우울의 대상은 비록 나의 신체가 먹히느냐 먹히지 않느냐의 문제에서 벗어나, 이 인간사회에서 내가 받아들여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이 생존전략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인간은 같이 모여 살아야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자연은 진실로, 우리 인간의 생존을 바라기 때문에 급격한 진화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불안과 우울은 우리의 원시적 안락지대(comfort zone) 경계를 넘어다니지는 않는지 아직도 모니터링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정신적, 심리적, 신체적 반응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림 1.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에 의해 발생하는 공격-도망 반응(교감신경)과 부동-글복반응(부교감신경). 공격-도망반응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부동-굴복 반응은 우울감을 촉발시킨다.
이런 생존전략으로서의 불안과 우울은 우리 뇌에서 관장한다기 보다는 원시적 뇌와 척수신경이 명령하는 바에 따라 발생합니다. 그래서 뇌의 전두엽 피질에서 “이제 불안하지 말자” “이제 그만 우울하자” 라고 생각해도 잘 안 먹힙니다. 다른 명령체계이고 서로 권한 밖의 일이니까 말입니다. 전두엽 피질이 의식이고, 원시뇌(대뇌변연계, 연수, 소뇌)와 척수신경계, 말초신경계를 무의식이라면, 그만 불안하고 그만 우울 하고 싶다는 이런 생각은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만나서 협상해야 합니다.
3. 인간의 안락지대 (Comfort zone)
인간은 인종과 성별에 무관하게, 생존에 어려움이 없는 삶, 무리에서 받아들여지는 삶, 내 자신의 연속성(자손의 번식이나 이름을 남기기 등) 이 보장되는 삶을 선호하며, 그 삶이 바로 모든 인간의 공통된 안락지대입니다. 이 큰 개념의 안락지대로부터 벗어난 삶이 다가오거나, 그런 삶을 살게 되면, 불안과 우울이 시작됩니다. 지금 불안하다면 당신의 안락지대 (comfort zone) 안에서 벗어나 있는 것입니다. 불안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있는 자리를 안락지대로 만들거나, 다시 원래의 안락지대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 The comfort zone is a behavioural state within which a person operates in an anxiety-neutral condition, using a limited set of behaviours to deliver a steady level of performance, usually without a sense of risk.
Bardwick, J. Dange [1]
[1] Bardwick, J. Danger in the Comfort Zone: From Boardroom to Mailroom – How to Break the Entitlement Habit that’s Killing American Business, 1991, 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
3. COMFORT ZONE - (2) 어른의 안락지대 형성, 확장, 개척 또는 실패
4. SAFETY ZONE (안전지대), 세상의 안락지대
5. 안전지대를 안락지대와 일치시킬 것 (Safety zone=Comfort 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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